한니발, 왜 로마로 진격하지 않았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신복룡 옮김, 을유문화사) 5권 마지막 권에 한니발전이 나온다. 플루타르코스가 쓴 원전은 분실되었다. 후대의 학자가 보충한 것을 신복룡 교수가 이를 빼지 않고 번역한 것이다.
카르타고가 1차 포에니 전쟁에서 패전한 후 한니발은 어릴 적부터 로마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긴다. 그래서 주화파와 대립하면서 언제나 전쟁을 일으킬 구실을 찾고 있었다. 그렇게 스페인을 출발해 알프스를 넘어 16년간 이탈리아 반도를 유린한다.
한니발은 이처럼 고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장군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그의 이름과 함께 따라오는 평가는 종종 한 가지 질문으로 압축된다. 왜 그는 칸나이 전투의 대승 이후 로마로 진격하지 않았을까?
이 결정은 그가 로마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게 했고, "싸워 이기는 법은 알지만, 승리를 활용할 줄은 모른다"는 마하르발의 말은 그에 대한 일종의 함축적 비판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 당시에 한니발이 처했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단순히 '진격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그의 결정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먼저, 칸나이 전투 이후 로마를 진격할 수 없었던 복합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한니발의 병사들은 알프스를 넘어오는 혹독한 여정을 견디고 수년간 전쟁을 치르면서 지쳐 있었다. 그들의 피로와 보급의 어려움은 단순히 전략적 선택 이상으로 중요한 요소였다.
그리고 로마는 한니발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대응했다. 한니발이 기대했던 것처럼 한 번의 대패로 인해 로마가 항복하지 않았고, 오히려 로마는 내부 결속력을 더욱 강화하며 버텨냈다.
로마 연합의 정치적 체제는 그 어떤 고대 국가보다도 유연하고 견고했다. 로마의 공화정은 한 명의 왕이 전권을 쥐는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집정관이 죽어도 즉시 새로운 지도자를 세울 수 있는 체제를 유지했다. 한니발은 이런 로마의 공화정 구조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였더라면 칸나이와 같은 전투 이후 곧바로 항복할 것이었지만, 로마는 달랐다.
로마는 자신들의 패배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정치적, 사회적 힘을 가지고 있었다. 로마는 패배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회복했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의지는 한니발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했다.
그렇다면, 한니발이 로마로 진격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승리를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는가? 아니면 그의 결정 뒤에는 보다 복잡한 상황들이 얽혀 있었던 것인가? 한니발은 승리를 활용할 줄 몰랐던 것이 아니라, 당시 그의 위치에서 최선의 선택을 내린 것일지도 모른다. 알프스를 넘는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 것부터가 이미 그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는 끝까지 로마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고, 그 길을 통해 자신의 병사들과 고통을 나누며 인간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런 한니발이 단순히 승리를 지나치게 신중하게 활용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그의 모든 업적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평가일 수 있다.
결국, 한니발의 결정은 역사적으로 비판받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그를 판단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그는 당시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전술을 펼쳤고, 로마와의 전쟁에서 전무후무한 승리를 거두었다. 로마로 진격하지 않은 그의 선택은 오늘날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지만, 그의 판단이 당시 상황에 비추어 합리적일 수 있었음을 고려해야 한다.
https://youtu.be/xcK_hO2gPuc?si=SsGSlVJUyfkzpH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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